[성장의 발자취] 공은 경쾌하게 마음은 가볍게 2.7g이 선물하는 오늘의 여유

공은 경쾌하게 마음은 가볍게 

2.7g이 선물하는 오늘의 여유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탁구동호회


글. 편집실  사진. 홍승진



둔탁한 마루판 울림과 함께 경쾌하게 튀어 오르는 하얀 탁구공 소리가 신나는 리듬을 만들며 경세홀을 가득 채운다. 남양주지원 개원과 함께 돛을 올린 탁구동호회가 그리는 즐거운 풍경이다. 지원장부터 주무관에 이르기까지 약 35명의 회원이 골고루 참여해 남양주지원을 대표하는 모임으로 자리 잡은 탁구동호회는, 오늘도 정적인 법원의 하루에 활기찬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스매시 한 방에 날아가는

오늘의 스트레스


단 2.7g에 불과한 작고 가벼운 공.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속도와 스핀, 방향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날씨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벼운 라켓과 운동복, 탁구화만 갖추면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이 매력적인 스포츠는, 하루 종일 산적한 서류와 과제 속에서 쉼 없이 가동되던 법원 사람들의 뇌에 비로소 달콤한 휴식을 선사한다.

탁구를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남양주지원 탁구동호회 회원들은 탁구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강하게 내리꽂는 스매시를 온 힘을 다해 받아치거나 날카로운 드라이브로 득점을 올리는 순간,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던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해소되며 청량한 카타르시스가 솟구친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국가대표 출신 전문 코치에게 받는 체계적인 레슨 시간 역시 회원들에게는 오롯이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간이다. 박미선 등기관은 일주일에 두 번, 15분 남짓 이어지는 짧은 레슨이지만 작은 공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전했다. 

“정신없이 땀을 흘리고 나면 복잡했던 업무와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잊게 되고,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낍니다. 저에게 탁구는 운동을 넘어 마음을 비우고 다시 에너지를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예전에는 동네에서 가볍게 즐기는 정도였으나 기본기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탁구동호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는 성경희 행정관도 탁구가 주는 충전의 힘을 강조한다. 그는 예측하기 어려운 탁구공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복잡했던 몸과 마음이 새롭게 리셋되는 기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제 스트레스는 탁구공에 실려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 멀리멀리요.(웃음)”



기다림과 유연함

빗나간 스윙에서 배운 삶의 지혜


모든 공이 마음먹은 대로 코트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네트에 걸리고 테이블 밖으로 공이 튕겨 나가는 수많은 실수를 마주하며, 회원들은 탁구대 밖에서도 통하는 삶의 이치를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성경희 행정관에게 찾아온 큰 배움은 ‘기다림’이었다. 초보 시절에는 의욕이 앞서 공 앞에 먼저 달려들었지만, 연습을 거듭하면서 한 박자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받아칠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조급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떤 공이든 받아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상대의 서브를 리시브할 때 ‘잘 못 받으면 어때? 한 점 주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오히려 성공률이 높아지더라고요. 업무에서도 미리 걱정하기보다 자신감 있게 임했더니 문제를 더 침착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김수현 행정관 역시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유연함을 체득했다. 공이 네트에 걸릴 때 무작정 자책하기보다 라켓 면의 각도나 타점을 빠르게 분석해 다음 기회를 대비하는 자세를 갖게 된 것이다. 경기 직전 찾아오는 긴장감조차 “내가 이 순간에 진심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이며 떨림마저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유연함이 만들어 낸 변화다. 

구력 4년 차에 접어든 박미선 등기관은 꾸준함의 가치를 강조했다. 실력이 제자리걸음인 듯 느껴질 때는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만, 찬찬히 돌이켜보면 분명히 달라진 게 있었다.

“성장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함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이러한 경험은 행여 실수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원인을 찾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태도를 갖게 해주었죠.”



판사도 주무관도 한 마음,

높낮이 없는 초록빛 테이블


남양주지원 탁구동호회는 회원들의 실력에 따라 씨앗부, 새싹부, 도전부, 열정부로 세심하게 나누어 누구나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직급에 관계 없이 선배 회원들이 초보 회원들을 직접 코치하며 함께 배우고 응원하는 문화는 탁구동호회가 만들어 낸 따뜻한 풍경 중 하나다.

매월 마지막 주에 펼쳐지는 정기 월례회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하나의 축제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20명 이상의 회원과 함께 약 3시간 동안 단식 및 복식 경기를 짜임새 있게 치르는데, 청백전과 MVP 시상 등을 통해 회원들의 승부욕과 재미를 동시에 자극한다. 

업무 특성상 다른 부서 직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박미선 등기관에게 탁구동호회에서 맺은 인연은 더없이 귀중하다. 동호회 총무를 맡아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내성적이었던 성격은 한결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리더십도 생겨났다.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직렬의 직원들과 소통하고 함께 운동하며 웃는 시간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운동 파트너를 넘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든든한 동료가 되었죠.”

탁구대 앞에서는 판사, 참여관, 등기관, 행정관, 주무관이라는 직급이 사라진다. 오직 ‘탁구를 사랑하는 동호인’이라는 하나의 이름만 존재한다. 엄격한 이성과 신중함이 요구되는 법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의 타구에 함께 환호하고 아쉬워해 주는 동료들의 존재는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게 만드는 가장 큰 위안이다.

“법원이 차가운 머리로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공간이라면, 탁구장은 따뜻한 숨결과 웃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공간입니다”라고 전하는 김수현 행정관의 말처럼, 이들은 서로의 온기로 업무에 지친 영혼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소중한 안식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경세홀에 불이 켜지면, 남양주지원의 탁구동호회원들은 하루의 긴장을 라켓에 실어 힘차게 휘두른다. 2.7g의 작은 공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빗나가도 다시 치면 된다. 실수해도 괜찮다. 다음 공을 향해 자세를 고쳐 잡는 그 과정이 이미 성장이고, 그 옆에 언제나 함께 웃어줄 동료가 있는 한 오늘의 랠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며 무기력함이나 성장의 정체기를 느끼고 있을 법원 가족들에게 남양주지원 탁구동호회 회원들은 통통 튀는 탁구공 소리와 함께 경쾌하고도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띄운다.

“복잡한 사건 기록에 파묻혀 에너지가 닳아간다고 느껴지는 날, 완벽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초록색 테이블 위에서 나만의 ‘다음 공’을 향해 기분 좋게 라켓을 휘둘러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멋지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facebook
  • twitter
  • daumblog
 "법원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