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이어진
여름의 섬들
고군산군도 해상 트레킹
글. 편집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고군산군도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다와 섬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다리로 촘촘히 연결된 군도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섬을 거니는 듯한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고, 이제 막 열린 ‘섬잇길’도 바다 위 트레킹이라는 색다른 해상 여행을 선사한다. 사방으로 펼쳐진 청량한 서해 한 가운데서 한여름의 더위를 단숨에 날려버릴 해방감을 느껴 보자.
다리로 이어진 네 개의 섬
선유도에서 대장도까지
신선이 마주 앉아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전설을 품은 선유도는 고군산군도의 한가운데 자리한다. 무녀도와 장자도, 대장도까지 다리로 엮여 있어 네 개의 섬은 하나처럼 오갈 수 있고, 가파른 오르막 하나 없이 해안선을 따라 흘러가는 길은 걷는 이에게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이에게도 너그럽다.
첫걸음은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떼어 보자. 유리알처럼 맑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지고, 100m를 걸어 들어가도 물은 허리춤을 넘지 않아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도 마음 놓고 발을 담글 수 있다. 해 질 무렵 코발트 빛 바다가 서서히 붉어지는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장관이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건너는 길목에 놓인 장자교 스카이워크는 발밑으로 검푸른 바닷물이 일렁이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위를 걷는 순간의 아찔함과 붉은 노을빛 풍경이 겹치면 이곳은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오래 발길이 머무는 자리가 된다. 다리 끝에서 만나는 장자도는 고군산군도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으로, 몽돌해안과 기암이 어우러진 산책로가 마치 수석 전시관을 거니는 듯한 풍경을 그려낸다.
장자도를 지나 대장도에 이르러 구불길을 따라 나무계단을 오르면 할매바위를 지나 대장봉 전망대에 닿는다. 360도로 트인 시야 안에 선유도와 무녀도, 신시도와 관리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앉아, 그 앞에 선 사람은 누구나 잠시 말을 잃는다. 차량의 소음마저 허락하지 않는 이 작은 섬에서, 고요함은 다른 어느 섬보다 깊고 오래 머문다.
바다가 길을 내어준 곳
고군산섬잇길
말도에서 시작해 보농도, 명도, 광대도를 지나 방축도까지 다섯 개 섬을 네 개의 인도교로 엮은 7.2km의 바닷길이 드디어 모두 열렸다. 해상 트레킹 코스 고군산섬잇길을 걷다 보면 서해의 탁 트인 조망과 거친 파도, 섬마다 다른 얼굴의 자연이 고스란히 몸에 와닿는다.
장자도에서 여객선에 오르면 길의 입구는 두 갈래로 열린다. 종점인 말도에서 내려 내륙 방향 쪽으로 걷는 길도 좋지만, 한 정거장 앞선 명도에서 내려 먼바다를 향해 걸어 나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끝섬’이라 불리는 말도에는 100년 넘게 서해를 지켜온 등대와, 바위틈에 뿌리내린 ‘천년송’이 길의 첫 장면을 그려낸다. 308m 인도교를 건너면 물빛이 유난히 맑은 명도에 닿는다. 오진여 전망대에서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길이 발걸음을 붙잡고, 구렁이 전망대에 오르면 섬의 정상에서 바다를 굽어볼 수 있다.
광대도를 지나 방축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83m의 출렁다리를 건너야 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출렁다리 위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방축도의 명물인 독립문 바위가 시야 가득 차오르고, 청아한 여름빛으로 물든 동백숲길과 작은 해변 산책로는 여행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고군산섬잇길은 아직 임시 개통 단계인 만큼 고요하고 안온하다. 정식 개통이 시작되기 전 인적이 드문 다섯 섬에서 맑은 여름날 해상 트레킹의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