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을 굽어보는 산마루,
부산 황령산 봉수대 트레킹
글. 편집실
편백 향 밀려드는 숲길 따라,
세월을 품은 봉수대로
편백숲을 지나 봉수대까지, 황령산의 매력은 무엇보다 문턱이 낮다는 데서 시작한다. 부산 진구의 중심에 있어 그 중 어느 쪽에서 올라도 길이 열려 있고, 산 중턱까지 차가 닿으니 걷는 이도 오르는 이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두 발로 오르는 길의 백미는 단연 편백숲 구간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초입부터 하늘을 가린 편백나무가 빽빽이 도열해 있어, 몇 걸음만 들어서도 도심의 소음이 씻은 듯 잦아든다. 숲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에 땀을 식히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편백숲을 벗어나면 이십여 분 남짓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숨이 턱에 찰 즈음 시야가 트이고, 돌을 쌓아 올린 봉수대가 능선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세종 때 축조된 이 봉수대는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나라의 소식을 전하던 군사시설이었다. 수백 년 전 파수꾼이 바다를 살피던 그 자리에 서면, 해운대의 마천루와 광안대교, 서면의 빌딩숲과 부산항 일대가 펼쳐진다.
황혼이 내리는 산마루,
밤의 보석으로 빛나는 도시
황령산의 풍경은 해가 진 뒤에 한 번 더 변한다. 산 정상 부근의 전망쉼터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야경 명소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어 밤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쉼터의 카페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면 통유리 너머로 부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 사람들이 데이트 코스로 아껴 찾는 자리답게, 해 질 무렵이면 노을을 기다리는 연인들이 난간을 따라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광안대교와 그 아래 검게 가라앉은 바다, 서면과 동래 일대를 잇는 촘촘한 불빛의 그물이 발아래 펼쳐진다.
일몰의 붉은 기운이 남은 하늘이 서서히 짙어지고 도시의 불이 하나둘 켜지는 순간은,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오래도록 기다리는 바로 그 장면이다. 또한 산복도로 드라이브 코스는 이 야경을 차 안에서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길로, 부산 사람들이 아끼는 밤 산책로이기도 하다.
황령산은 높지 않지만, 그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산은 어느 산에서보다 넓고 깊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여름 저녁, 편백 향을 따라 오른 산마루에서 도시의 불빛이 켜지는 순간을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고군산섬잇길은 아직 임시 개통 단계인 만큼 고요하고 안온하다. 정식 개통이 시작되기 전 인적이 드문 다섯 섬에서 맑은 여름날 해상 트레킹의 추억을 쌓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