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한 바퀴] 마음으로 즐기는 상심낙사(賞心樂事)의 길 다산의 발자취를 따라서

마음으로 즐기는 

상심낙사(賞心樂事)의 길

다산의 발자취를 따라서


글. 편집실


북한강과 남한강의 푸른 물줄기가 품어 안은 경기 옛길 평해3길, 일명 ‘정약용길’로 들어서면 한강의 깊은 정취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 펼쳐진다. 검소했던 생가와 역사적 자취가 살아 숨 쉬는 유적지부터 팔당호의 물결이 사부작거리는 생태공원까지,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의 숨결을 느끼며 상심낙사(賞心樂事)의 길을 따라 거닐어 보자.



실학의 숨결이 오롯이 새겨진 고향

마재마을과 정약용유적지


새들도 편히 쉬어간다는 조안면 능내리의 마재마을은 18세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나고 자라며 여생을 마친 고향이다. 선생의 5대조부터 뿌리를 내린 이 마을 한가운데에는 정약용유적지가 조성되어 있다. 고요한 흙길을 걸어 들어가면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되었다가 복원된 생가 여유당(與猶堂)이 반긴다. 집 앞으로 천이 흐르고 뒤로 낮은 언덕이 있어 수각(水閣)이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선생의 검소하고 꼿꼿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유당 오른쪽 뒤편 계단을 오르면 회갑을 맞아 스스로 지은 ‘자찬묘지명’의 역사와 부인 풍산 홍씨와 합장된 세월이 서린 정약용선생묘(경기도기념물)가 자리한다.

유적지 내 다산기념관에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저서 사본과 친필 서찰, 수원 화성 건축 현장을 재현한 디오라마와 거중기, 녹로를 관람할 수 있으며, 문화관에서는 ‘신아지구방’ 등 정약용을 주제로 한 미술 작품 7점을 마주할 수 있다. 유적지 바로 옆에는 국내 유일의 실학박물관이 있어 실학 관련 유물과 다채로운 오감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 후기 개혁 정신을 더욱 깊이 있게 접해볼 수 있다.



팔당호와 교감하는 수변 길,

자연과 어우러진 다산생태공원


실학의 깊은 여운을 가슴에 품고 정약용길을 따라 나가면 다산생태공원이 보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훼손되었던 팔당호 수변부를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되살린 이곳은 생태습지, 정화습지, 조류생태습지와 수생식물원이 다정하게 들어앉은 물 환경 생태공간이다.

다양한 초화가 조성된 야생화 꽃밭과 수변 산책로를 걸으면 한강을 사랑했던 정약용 선생의 마음과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쉼터에 앉아 강바람을 맞거나 팔당호와 공원을 한눈에 담는 전망대에 오르면 선선해진 공기가 묵직한 일상의 무게를 덜어낸다. 여름의 끝자락에 피어난 연꽃이 수면을 조용히 수놓고, 9월이 깊어질수록 억새가 바람에 은빛으로 일렁이며 계절의 바뀜을 알린다.

선선한 가을빛이 깊어지는 10월에는 고즈넉한 정약용유적지와 아름다운 다산생태공원 일원에서 다산정약용문화제가 열린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념인물인 선생의 실사구시와 인문정신을 계승하고자 1986년부터 이어진 남양주시의 대표 축제로, 헌화헌다례와 문예대회, 취타대 행렬과 줄타기, 여유당 야행 등 다채로운 역사 체험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반긴다.



정약용유적지의 인문학적 깊이와 다산생태공원의 맑고 푸른 자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정약용길. 선선한 가을 햇살 아래, 2백 년 전 한 사람의 걸음이 닿았던 강변을 나란히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 넓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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