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개최에 즈음하여,
국제사법교류의 역사와 관련 자료를 소개합니다
글. 고선미 기록연구관(법원도서관)
법원도서관에서는 2013년부터 대법원·법원행정처의 주요 인사가 해외를 방문하여 수령하거나 반대로 해외 인사의 대법원 방문으로 수령한 기념품을 ‘국제사법교류 선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말 현재 70개국(미상, 국제사법기관 제외)의 508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를 대법원 청사 1층 법원전시관과 복도, 그리고 사법역사문화교육관 전시실에 상설 전시하고 있는데, 올해 9월 1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이하, 아태 대법원장회의)에 즈음하여 대법원 청사 내 국제사법교류 선물류 전시공간을 개편합니다. 법원전시관에는 대법원장의 아태 대법원장회의 참석이나 해외순방, 세종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며 수령한 선물로 교체하고, 청사 복도에 덩그러니 있던 선물류 진열장을 철거하여 대강당 출입구 주변에 이번 아태 대법원장회의 참가국에서 기 수령한 선물을 중심으로 전시 공간을 새롭게 마련합니다. 〈이달의 법원사〉에서는 선물류 전시 개편 소식을 전하며 국제사법교류의 역사와 관련 자료를 소개하려 합니다.
1945년 광복을 맞았습니다.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던 일본인들을 면직조치하고 법조인 자격을 갖고 있는 인사들로 법원을 재편하였습니다. 1946년 11월 한미법학협회1)가 설립되었습니다. 미군정 사법부(司法部)의 외국인 법률고문과 함께 이후 대한민국의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초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이인, 헌법의 기초를 다진 유진오 박사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미국 측의 발표논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인의 논문을 영어로 옮기며 통·번역과 간사 역할을 수행한 황성수 박사는 ‘이 협회에서 제기된 법률문제가 대부분 곧바로 법률의 제·개정으로 연결되리만치 권위가 있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2) 이어서 1947년 5월 8일부터 9월 1일까지 이상기 대법관, 전규홍 남조선과도입법의원, 장경근 서울지방심리원장, 이호 서울고등검찰청 검찰관, 강병순 사법부 변호국장 겸 법원국장 등 5명이 미국 상하원과 연방대법원 등을 방문해 4개월 동안 미국의 사법제도를 배우고 돌아와3) 미국사법제도시찰보고서4)를 제출하기도 하였습니다.
1948년 9월 13일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의 공식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1952년부터 1959년까지 법관 12명을 미국에, 1명을 호주에 파견하였습니다. 1953년에 이광석 서울고등법원 판사, 1956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권순영5), 조규광 서울지방법원 판사, 변옥주 서울고등법원장, 1959년에 김세완, 허진 대법관이 해외사법제도를 둘러보았습니다.6)
1959년 ‘법관의 조사연구에 관한 규칙(대법원규칙 제48호)’을 제정하여 대법원장이 사법사무에 필요한 법률, 경제, 정치, 사회 등에 관한 특수사항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법관을 지명할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같은 해 4월까지 법관 51명을 사법연구원으로 지명하였는데, 한성수 대법원판사는 배심제도, 사광욱 대법원판사는 입증책임, 나항윤 대법원판사는 양형, 최윤모 대법원판사는 채권자대위에 대해 각각 조사연구하고, 민문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요크-안트와프 규칙, 이광석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영미의 치안재판을 연구하도록 하였습니다.7)
그리고 1984년 ‘법관 및 법원공무원의 해외연수 등에 관한 내규’를 제정하며 2개월 이상의 장기해외연수와 2개월 미만의 단기 해외연수에 법관을 선발하고 귀국 후에는 연수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1991년에는 해외연수 대상을 일반직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방침을 세워 1992년 서기관과 사무관 각 1명이 6개월 동안 산타클라라 대학에서 연수를 받았습니다. 일정 기간 해외 사법제도를 시찰하거나 연구하는 것과 달리 국제기구 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관의 국제기구 파견 등에 관한 규칙’을 2008년 제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적 교류를 넘어 대법원장의 국제회의 참가, 해외순방, 주요 외빈의 대법원 청사 방문 등 기관을 대표하는 국제사법교류를 살펴보겠습니다. 1970년 10월 민복기 대법원장 초청으로 태국 프라보부 후다싱(Prabob Hutashingh) 대법원장이 내한하였습니다. 외국 대법원장이 공식 내한한 첫 사례입니다. 이듬해 12월 태국 대법원장의 초청을 받아 민복기 대법원장은 태국을 공식 방문하고 이어서 대만과 일본을 비공식 방문하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이어 1972년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제5회 아시아사법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습니다. 호주, 대만, 피지,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월남 등 14개국의 대법원장이 참석하여 ‘위헌법률심사제도와 외국 판결의 상호집행’을 의제로 토론하였고, 민복기 대법원장을 의장으로 선출하였습니다. 이 아시아 사법회의는 1962년 필리핀 대법원장이 제의하여 1963년에 첫 회의가 개최되었고, 우리나라는 1970년 4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제4회 회의에 처음 참가하였습니다.
1985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제1회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개최되고 이후 정례화되었습니다. 1999년 제8회 아태 대법원장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여 26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민·상사 사법공조 활성화’를 논의하며 ‘사법공조 서울선언(Seoul Statement on Judicial Cooperation)’을 채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때 윤관 대법원장은 한국과 호주 간의 민사사법공조 조약을 모델 사례로 직접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높아진 사법부의 신뢰와 국제공조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2년이 지난 2011년 제14회 아태 대법원장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습니다. 32개국에서 대법원장 27명을 포함하여 총 100여 명이 참가하였고 ‘사법행정 현대화 및 사법신뢰 구축’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10년 특허소송에 이어 2011년 민사소송에 도입한 한국형 전자소송을 집중 소개하였습니다.
올해 9월 16일부터 제20회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논의주제는 ‘사법독립 및 인공지능 시대 사법부 역할’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참석 국가에서 기 수령한 선물류를 선별하여 대법원 1층 대강당 부근에 전시할 예정입니다. 이 회보를 읽을 때쯤이면 이미 전시를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대륙법계 전통에 영미법계 제도를 융합하며 선진 사법제도와 문화를 배우던 우리 사법부는 이렇듯 아태 대법원장회의를 수차례 개최하며 우리의 사법제도와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 보급하는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1) 한미법률가협회(Korean-American Lawyer Society)로도 불림. 최종고, 한미법률교류 100년사, 서울대 법학 제23권 5호, 1982. 11. 46-64쪽.
2) 법률신문 1982. 9. 13.자.
3) 방미조선법관 팬타곤 시찰(동아일보, 1947. 7. 30.), 견미 사법사찰 금일 인천입항(경향신문, 1947. 8. 31.), 미국 갔던 사법관 시찰마치고 귀국(동아일보, 1947. 9. 3.),
미 사법시찰단 대법정 강연(조선일보, 1947. 9. 14.).
4) 법정 2권 9호, 1947.
5) 2019년 유품 38건을 수증하여 법원사자료로 보유하고 있음.
6) 법원행정처, 법원사, 1995, 345~346쪽.
7) 법원행정처, 법원사, 1995, 3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