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순간] 마이클의 아픔과 무지갯빛 치유

마이클의 아픔과 

무지갯빛 치유 


글. 인천가정법원 서유나 행정관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에 나는 2~30대였고 그가 생을 마감한 때는 나의 첫째 아들이 태어난 해였다. 그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사후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영화 〈마이클〉을 통해 마치 그가 생존하는 사람인 듯 그의 음악과 삶에 대한 자료들과 함께하며 지낸다. 그에 관한 수많은 영상 자료를 찾아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첫 번째 놀라움은 그의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 그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인기와 영향력이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가수 생활을 시작해, 열두 살 무렵엔 빌보드 차트 1위에 자신의 음악을 네 곡이나 올린다. 그의 음반은 평생 7억 5천만 장이 팔리고, 그래미상을 열세 번 수상한다. 생전에 펼친 세 번의 월드투어에는 ‘역대 최다 관객 동원’, ‘역대 최고 수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1996년 9월에 시작해 이듬해까지 82회를 이어 간 그의 마지막 투어는 35개국 58개 도시에서 450만 명이 넘는 팬을 모은다. 총수익은 1억 6,500만 달러를 넘어, 당시 모든 아티스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투어로 기록됐다. 공연 당 평균 관객은 약 5만 5천 명, 최다 관객은 체코 프라하 개막 공연의 약 12만 7천 명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인기다.

그의 콘서트 영상에는 수만 수천 명의 팬들이 마이클에게 열광하며 오열하듯 노래를 함께 부르다가 결국 마이클을 향한 사모함과 간절함에 실신해 실려 나가는 모습이 가득하다. 

흑인 아티스트로서 최초로 MTV에서 노래를 방영한다. 역사상 최초, 역사상 최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연예인으로 평가되며 연예인들의 연예인으로 불린다. 그의 음반 판매량과 수상 경력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된다. 그가 서 있는 곳마다, 그가 걸어가는 곳마다 그를 추앙하며 환호하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내게 더욱 놀랍게 다가온 것은, 여느 스타들이 완벽하고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 주려는 것과는 달리, 마이클은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지불해야 했던 어린 시절과 그 상실로 인한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너무도 투명하게 음악과 삶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다섯 살부터 ‘인간 마이클’이 되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팝의 황제’로 만들어지기 위한 지독하고 잔인한 훈련 속에 던져진다. 아버지의 잔인하고 가혹한 체벌과 함께 진행된 혹독한 훈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한다. 어른들의 세계가 그의 성장 무대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자아상이 만들어져 가는 대신 대중들의 평가와 환호 속에 자아상을 찾아간다. 그는 노래를 좋아하고 잘하는 어린아이일 뿐인 자신에게 수만 명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정서적 소통을 나누지 않은 아버지였다. 마이클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 매니저로 존재하기 고집했고, 계속된 체벌과 질타뿐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인정과 격려를 결코 주지 않았다. 아버지를 보면 기절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고 하니 마이클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는지 그려진다.


마이클은 이런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슬퍼하며 아파한다. 피터팬이 되어 어린 시절의 상실을 보상받으려 한다. 그래서 네버랜드를 만들고 그곳에 다양한 어린아이들을 초대하여 그들과 친구처럼 놀면서 어린아이가 된다. 어린아이들을 통해 상실된 어린 시절을 경험해 보게 된다. 네버랜드에서뿐만 아니라 공연에도 시상식에도 어린아이들을 동반한다. 그의 공연에서 ‘Heal The World(힐 더 월드)’ 노래를 부를 때 수많은 어린아이를 무대에 세워 함께 노래를 부른다. 시상식이나 공개적 행사에도 어린아이들과 함께한다. 또한 세계 투어 때마다 각 나라의 어린아이들을 찾아갔고 아픈 아이들을 만나 지원하고 수많은 어린이 자선 단체를 후원한다. 그가 후원한 금액만도 3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는 39개가 넘는 어린이 자선 단체를 도왔는데 팝스타가 후원한 역대 최다로 남은 기록이다.

2001년 옥스퍼드대 강연을 통해서는 어린아이들을 마법, 경이로움, 신비와 순수함, 사랑과 존재 그 자체를 품고 있는 존재이며 어린아이의 순수함이야말로 세상을 치유하는 창조의 씨앗임을 믿고 오늘날의 수많은 범죄는 어린 시절을 도둑맞은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말한다. 노래의 영감도 아이들의 놀이와 웃음에서, 그들의 눈과 얼굴, 표정과 성품에서 얻으며 그것이 마치 마법과 같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과 물풍선 놀이를 하다가 ‘Speechless(스피치리스)’라는 명곡을 만들었다. 아무 말이 필요 없고 형언할 수 없는 존재적 사랑에 관한 내용인데 어린아이의 티 없는 웃음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간절히 그것을 찾고자 하는 그의 몸짓에서 잃어버린 것의 가치가 강하게 전달된다.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성장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가치와 중요함에 대한 강한 외침이 된다.

어린 시절은 계산되지 않는 꿈을 꾸고, 계산되지 않는 기쁨을 웃음으로 표현할 수 있고, 계산되지 않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때이다. 어른들 특히 부모님의 품 안에서 무조건적인 존재적 사랑을 받는 때이며 어떤 모습이든 수용되고 인정과 돌봄을 받는 때이다. 성과를 위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때이다. 그때가 우리의 어린 시절인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놀라운 것은 마이클은 이 시절의 상실을 어둠으로 그려 내지 않고 도리어 무지갯빛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대중이 그의 노래로 내면이 변화되고, 삶이 변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도 마이클이 그려 낸 무지갯빛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보게 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무엇을 잃어버려 슬퍼하고 있는지 알지 못해 적절한 위로를 해 주지 못하고 있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에 무엇이 부족했고 결핍되어서 여전히 슬퍼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움츠려 있었는지를. 

열심히 성실히 사시는 부모님이셨지만 다섯 자녀를 키우셔야 했기에 삶이 녹록하지 않으셔서 자녀들의 협조가 많이 필요하셨을 텐데, 유독 생각과 행동이 느린 나는 혼나기 일쑤고 관심 밖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나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수용 받는 경험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고 잘못된 존재라는 자아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세상에 어린아이가 가진 가치대로 듬뿍 인정받고 격려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편에 아련한 슬픔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며, 이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우리 삶의 여정이 아닌가 싶다. 존재만으로 받아들여지고, 돌봄을 받고, 사랑 안에서 꿈을 꾸고, 아름다움만을 좇으며 마음껏 웃고 울 수 있어야 하는 우리의 어린 시절. 

지금의 어린아이들에게 이 가치를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는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래서 외로웠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잘못된 게 아니고 자체로 아주 소중한 아이며 사랑스러운 아이야’라고 계속 위로해 준다.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난 마이클을 통해 나의 상실에 더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마이클의 아픔의 몸짓이 내게 치료의 울림으로 건네진다.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어 준 마이클 잭슨. 그의 아픔의 노래 ‘Childhood(차일드후드)’를 불러 보며,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았나요?

내가 태어난 그 세상을 찾고 있어요

내 마음의 분실물 보관소를

이리저리 뒤져 왔거든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저 아주 이상하고 별난 행동으로 바라볼 뿐이죠…

내가 아이처럼

자꾸 장난을 치니까요, 하지만 날 용서해 주세요…


사람들은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말해요

내가 너무나도 순진한 것들을 좋아하니까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는 것이 내 운명이었나 봅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았나요?

내 어린 날의 그 경이로움을 찾고 있어요

모험 가득한 꿈속의 해적들처럼,

정복과 왕좌에 앉은 왕들의 꿈 말이에요…


나를 판단하기 전에, 나를 사랑하려 노력해 봐요

당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물어봐 주세요,

나의 어린 시절을 보았나요?


사람들은 내가 그런 면에서 이상하다고 말해요

내가 너무나도 순진한 것들을 좋아하니까요,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는 것이 내 운명이었나 봅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보았나요?


                                                                                                  - 마이클 잭슨 〈Child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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